사사로이2015. 7. 3. 22:35

 

호야 꽃봉오리가 피어났다. 세상이 아그파 필름처럼 멀겋게 느껴지는 것이 기분이 가라앉은 요즈음 모처럼 반가운 색깔이다.

 

1984년, 참 옛날이다. 멀리 바닷가 도시에 살던 동생네서 나누어 온 호야 넝쿨이 아직 살아있다. 한참 무르익었을 때 이런 꽃들을 피워냈다. 어느 화원에서도 못 보던 꽃이었다. 그러고는 늙어갔다. 언젠가 새끼를 쳤다. 그 작은 넝쿨도 이제 무르익기 시작했는지, 깜짝 놀라게 어느날 이런 꽃봉오리를 피워냈다. 좁고 긴 베란다 영국식 정원에서 두 번째로 장수하는 식물이다. 

 

첫 번째는 1982년 이전에 아버지가 주셨던 선인장, 금강석. 꽃을 피운 적이 없지만 여태 숨을 이어가고 있다. '엄마는 그것 하나만 들여다 보더라!' 남편은 화초에 무심한 내게 그렇게 말한다. 나는 그럴 수밖에 없다.  아마 누구라도. 

 

 

* 영국식 정원: 프랑스식 정원과 대비되는, 자연스럽게 구성된 정원.

                     여기서는 무질서해 보이는 간이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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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