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사실 - 양심으로서의 문학에 대한 고찰 1983-2009
서용좌∣서용좌교수명예퇴임기념 논문집소설집간행위원회편, 전남대학교출판부 2010
차례
간행사 ........................ 5
머리글 ........................ 6
하인리히 뵐과 쾰른 ........................ 11
길항작용에서 정체성 추구로
- 하인리히 뵐의 『어느 광대의 견해』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세대 간의 문제........................ 25
창작과 사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 나타난
언론보도의 문제 ........................ 49
행동으로서의 부적응 - 하인리히 뵐의 『강풍경을 마주한 여인들 ........................ 76
인도주의와 미학의 긴장: 하인리히 뵐의 풍자물에서 본 서술전략 ....................... 93
“Was ist der Mensch ohne Trauer?”
- Heinrich Bölls Stimme klingt weltweit. ....................... 113
에.테.아. 호프만의 「모래귀신」의 서술자 ....................... 131
하인리히 뵐의 작가 정신: 예술가 - 시민간의 정체성 문제 ....................... 156
하인리히 뵐의 「검은 양들」과 47동인의 “정신” ....................... 183
하인리히 뵐의 유토피아의 가능성 ....................... 203
하인리히 뵐의 『흔적없는 사람들』의 사제의 침묵: “소수에 대한 이해”....................... 224
기구화된 사회속에서 원시기독교정신의 회복:
하인리히 뵐의 풍자물 「무르케박사의 침묵수집」 ....................... 251
독일의 전후 상황에서 하인리히 뵐의 작품에 등장하는
부적응의 인물들의 기능 ....................... 276
페터 슈나이더의 『렌츠』 연구: 개념과 인지의 불일치 ....................... 302
Heinrich Böll의 『Das Brot der frühen Jahre』에 있어서
“Aussteigen”의 의미 .......................331
Peter Weiss의 『Die Verfolgung und Ermordung Jean Paul Marats
dargestellt durch die Schauspielgruppe des Hospizes zu Charenton
unter Anleitung des Herrn de Sade』 연구
- 시민사회의 억압하에서 예술의 표현자유를 위한 실험 ....................... 357
Heirich Böll의 『Gruppenbild mit Dame』: 성취거부의 생활원칙 ....................... 400
파울 첼란의 「죽음의 푸가」에 있어서 대위법적 구성의 기능과 효과....................... 439
하인리히 뵐의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에 있어서의
순간과 현실에 대한 의미 분석 ....................... 471
간 행 사
늘푸른 나무가 고목이 되어도 아름다운 것은, 오랜 세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늘을 넓히고 그 그늘아래 수많은 사람들을 쉬어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저 굽어가는 것이 아니라 표 나지 않게 그 안에 수많은 생명을 품고 키워낸, 조용하고도 뜨거운 열정 때문일 것입니다.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독문학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신 서용좌 교수님의 명예퇴임에 많은 동문들과 한 목소리로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가을밤이면 우리의 전통이 된 독문학제를 함께 기뻐하시던 선생님, ‘적나라한 동영상을 접할 때 보다 암시적인 문자책을 읽을 때 우리의 상상력이 무한대로 확장된다’고 하시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손가락 하나만 클릭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미디어시대에 책과의 소통과 대화의 즐거움을 선물하기 위해 손수 창작활동에 매진하여 자신의 그늘을 넓히신 선생님의 모습에도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냅니다.
이러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모아 그동안에 선생님이 남기신 열정을 두 권의 책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이 책 안에는 선생님의 냉철한 비평가로서의 모습과 상상력 가득한 창조적인 작가로서의 모습이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캠퍼스를 떠나시는 선생님께 후학들과 제자들의 작은 정성이 기쁘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책안에 선생님을 보내드리는 아쉬운 마음도 함께 담아봅니다.
이후에도 선생님의 열정은 변함없으시리라는 것을 압니다. 이 책들에 아직 담기지 않은 아름다운 작품들이 선생님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태어나는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전남대학교인문대학독일언어문학과 동창회장
김낙현
머 리 글
뭘 많이 들고 다니시네요, 무겁게!
남보다 느린 걸음으로 늘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강의실을 오갈 때면 듣는 인사말입니다. 그러면 그냥 웃고 말 때가 많지만, 조금 힘이 남아있을 때는 대꾸합니다. 머리가 가벼우면 책이라도 무겁게 들고 다녀야지요. 그러고는 함께 웃습니다.
둔탁한 울림부터 멋스런 도이치 - 거기에다 제대로 사람이 되려면 『순수이성비판』 쯤은 원서로 읽어야 하리라는 막연한 선택으로 독문학도가 되어 그렇게 규정되어 살아온 밤낮, 한 세월. 어느 결에 인문학이란 젊은이들을 밥벌이 못하는 무능력자로 키워낼 뿐이라는 오명 속에 어딘지 부끄러운 교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물질의 막강한 권세에 눌려 인간이 왜소해질 대로 왜소해져버린 오늘. 나•너의 유일무이한 소중함을, 문학•예술의 무궁한 가치를 논하다보면, 조금 엇박자라고 취급됩니다. 하지만 인간의 가치가 이렇게 바닥에 주저앉은 지금이야 말로 시쳇말로 출구전략을 내놓아야할 때임을 절감합니다. 더 늦기 전에 목소리를 높여 말해야겠지요. 이 물질적•기계적 인생관의 세상에서는 오히려 인간의 가치를 수호할 유일한 균형의 역할로서 인문학이야말로 진정 유용한 학문임을. 인류의 원천적인 무엇, 시공간을 초월한 원형적이고 보편적인 그 무엇이 분명히 존재하리라는 믿음을. 인간을 효용성의 수치로 파악하려는 시대의 어리석음에 그리 쉽게 굴복해버리기에는 청춘이란, 생이란 너무 아까운 것임을.
그런데 저에게는 이 모든 것이 벅차다고 느껴졌습니다. 평소에 궂은 일, 힘든 일 면해준 동료들 덕분에 일없이 그저 강의와 글쓰기에 몰두해온 미온적 자세로는 이제 부족합니다. 지구상에서 우리를 누르고 있는 바위산보다 무거운 세력, 기술에 바탕을 둔 거대자본과 권력이라는 이름의 괴물과 맞싸워 인간의 가치를 찾는 데 힘을 더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새로운 피, 들끓는 정열이 사람냄새 나는 새 기운을 일으키는 모습을 이제는 간절히 지켜보고 싶을 따름입니다.
해방은 간단한 일입니다.
지난 가을학기의 마지막 수업들은 언제나처럼 시험답안지 보퉁이를 껴안고 끝났습니다. 교수직의 나날 중 가장 우울해지는 계절병을 앓는 시간. 아무 쓸모없다는 문학수업을 해놓고서 또 아무 쓸모없을 등급으로 나누는 작업을 더 이상은 견디고 싶지 않았습니다. 해방은 이렇게 아주 급격한 염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행복합니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어떤 것도 - 무엇보다 불합리를 - 참을 수 없는, 참고 싶지 않은 세월을 살았나봅니다. 정년을 기다리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려는 몸살도 시들하고, 그렇게 얻은 시간들을 허송하게 될까 두려움도 일지 않습니다.
다만 제대로 가르침을 주지 못했던 제자들에게 늘 미안함에 더해서 이제 논문집․소설집 출간에 마음써준 모두 - 전남대학교독문과 제자들과 동료들, 전북대학교사범대학독어교육과 그리고 광주제일고등학교 제자들 - 에게 감사마음을 전하자면, 어중간한 교수의 어떤 논리로도 늦깎이 소설가의 어떤 필력으로도 모자랄 것입니다. 또한 아무 것도 아닌 이 부피의 논문들을, 또 다른 무턱대고 엄청난 양의 글들을 쓴답시고 혼자 몰두한 그 시간들을 곁에서 참아준 가족들에게도 새삼 고마움을 느낍니다.
분에 넘치는 정에 감사하며……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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