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19.
국제도서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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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직 서먹한 한 페친의 담벼락 -
“국제도서주간입니다.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과 가장 가까운 곳의 책을 집어 들고, 52페이지를 폅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 문장을 '상태 업데이트'에 포스팅합니다. 책 제목은 알리지 마시고 이 규칙도 당신의 상태 업데이트의 일부로 옮겨 주십시오.”
그리고 나에게는 아주 어려운 책의 한 구절이 올라와 있었다. 조르주 아감벤의....
*
나는 이제 가장 가까운, 그러니까 읽고 있던 책의 52페이지를 편다.
“걷는 것과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이렇다 할 차이가 없었다.”
이 무슨 애매한 말이런가.
이 책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마 나는 다음 구절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이런 계기를 얻었다고 확신한다. 다른 페이지의 글.
“책이 너무 짧고 뒤죽박죽이고 거슬리네요, 샘. 대학살에 관해서는 지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이지요. 원래 모두가 죽었어야 하는 거고, 어떤 말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거고, 다시는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아야 하는 거지요. 원래 대학살 뒤에는 모든 것이 아주 고요해야 하는 거고, 실제로도 늘 그렇습니다. 새만 빼면.
그런데 새는 뭐라고 할까요? 대학살에 관해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지지배배뱃?” 같은 것뿐입니다.”
*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서라니...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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