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제일고등학교 58회 졸업생들이 졸업 30주년 홈커밍 행사를 가졌다.
1983년 졸업했던 아이들이 어엿한 어른들이 되어 있었고,
나는 그 사이에 할머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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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왼쪽은 우리집 주치의 전남대학교 순환기내과 실력자 안영근 교수......
오른 쪽은 수 십장 사진들과 동영상을 보내준 오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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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용좌 선생님 10년만에 뵙는데 넘 반가웠고 그간의 세월이
가까이는 10년, 길게는 33년전 1학년 10반 독일어를 배웠던
머나먼 과거의 시간들이 파노라마 처럼 스쳐 지나가며 ,좋은
추억들이 다시금 삶의 에너지로 재 충전되는 소중한 시간 이었습니다.
2. 가끔 문자로 안부 전해드리고 이번엔 10년후 40주년 ~~
그 이후도 쭉 어제 만난 것 처럼 스승과 제자의 애틋한 정을
늘 함께 공유하길 기원 합니다.
3.사진과 동영상을 보내 드리오니 좋은 추억과 제자들을 회상하며
가끔 소일거리로 보시라고 제가 찍은 선생님 사진과 동영상 보내드립니다.
4. 가르쳐 주신 은혜에 감사드리고 지금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늘 간직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오인식/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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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중‧일고 58회 졸업 30주년 어울림 한마당에 부쳐
- 도망하지 않기 -
오늘 서늘한 가을 저녁, 여기 모인 옛 제자들에게, 한 마디 인사는 해야 할 것이기에, 몇 자 적어 왔습니다. 제목은 도망하지 않기 - 이제도 스승과 제자라는 자리가 뒤바뀌지 않는 한 당부 말이라고 여겨주십시오.
여러분의 애송이 청춘 시절, 독일어 단어 걸음마를 가르치기보다 훨씬 어려웠던 과제, 진실하게 살기를 가르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나 또한 그렇게 살기를 지향하였기에 여기 감히 ‘그리웠던 제자들’이라고 부르지 못합니다. 많이 잊고 살았으니까요. 여러분들보다 한 해 먼저 일고 교정에 들어섰고, 여러분들보다 한 해 먼저 일고 교정을 떠났습니다. 여러분이 치열한 고3 수험생일 때 나는 벌써 일고를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그런 나를 여기에 초대했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사실 도망치기는 제 특기입니다. 대학졸업 후 외무부 말단으로 잠시 일하다가 그 무의미성에 질려 도망쳐 귀향한 이래, 수많은 도망의 연속이었습니다. 초짜 교직은 결혼으로, 다시 교직으로, 그러다 일고 3년 재직 후 박사과정 진학이라는 미명으로 또 그렇게 도망친 것은 늘 생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해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에서 도망쳤다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51%의 제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49%의 제자들에게 무의미한 스승이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간단히 사라지는 것입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마지막 퇴임이 된 전남대학교에서도 다른 곳에서보다는 잘 참았지만 역시 도망쳤습니다. 실용주의 사회에서 별 소용되지 않는 독문학을 강의하면서 시험지 채점을 해서 A, B, 또는 C 학점으로 제자들을 편가름하는 것은 참 못할 일이다.…… 그런 생각에 주눅이 들어 결국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도망 나왔습니다. 핑계는 그 사이 발을 내딛은 소설 쓰는 일에 전념하겠다는 변명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그러니, 오늘의 작은 가르침으로 내놓고 싶은 화두가 ‘도망치지 않기’랍니다. 여러분은 벌써 어른이 되었지만 긴 인생에서 보면 아직 한껏 젊고 기회가 많으니, 부디 생에서 사람에게서 도망치지 말고 다가가세요.
그러나 조심하세요. 가끔은 정말로 동참을 거부해야 할 일도 있음을 잊지 마세요. 혹시라도 ‘앞으로 나란히!’만을 외치는 경쟁문화가 살인적이라면 뒤돌아서서 살인에 동참하지 않을 일. 아니라고 말해야 할 순간이 있음을 명심하세요.
아닌 것을 아닌 것이라고 말하는 것 - 그건 도망이 아니라 등돌림입니다. 도망은 뒷걸음질이지만 등돌림은 당당하게 뒤로 돌아서서 앞으로 가는 것입니다. 무명 소설가로서 내가 지향하는 것은 그래서 ‘등돌림의 문학’이랍니다. 다들 너무 앞으로만 내달리니까 멀미가 날 지경이라서요. 어떤 모양으로 살든지 두 발을 땅에 확실하게 디디고 섰을 때의 안정감은 행복감을 두 배로 불행감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마술적 힘을 갖는답니다. 그리고 행복은 모양새 아닌 마음가짐에도 깃들어 있답니다. 언제 어디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제자들에게, 아직 길게 남은 코스도 잘 달릴 것을 믿으며, 그러나 하늘을 우러러 볼 줄도 알 것을 믿으며,
2013년 10월 12일, 서용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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